김민희 주연 영화 도망친 여자 결말 해석 스포일러 리뷰

'도망친 여자'는 홍상수 감독의 2019년 영화입니다. 배우 김민희가 홍감독 영화의 주역을 맡으면서부터 물론 변화는 있었지만, 특히 '도망친 여자'는 좀 더 놀라울 정도의 변화가 감지되는 작품이었네요.

목 차

1.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맞나?
2. 감희의 비밀은 무엇일까
3. 도망친 여자 결말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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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주연 영화 도망친 영화 결말해석 스포일러 리뷰

1.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맞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오랫동안 사랑을 갈구하는 찌질한 남자의 서사가 주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 속에는 다들 무심코 지나쳐버리지만 사실 소중하다고 볼 수 있는 생활 속 대화들, 약간의 유머와 함께 언제나 자기 객관화의 부재, 여성(보다 좁게 정의하자면 여자친구나 동경의 대상)에 대한 이해 부재 등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도망친 여자'는 전혀 달라요. 감희(김민희)가 주인공이며, 그녀가 영화 속에서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 역시 여성들입니다. 물론 마지막에 감희의 옛사랑인 정선생(권해효)이라는 남자가 잠깐 등장하기는 하지만요. 정선생의 씬은 짧지만 임팩트가 있긴 했습니다.

예전에도 물론 김민희 주연의 홍감독 영화들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그 '찌질한 남주' 서사는 분명히 있었거든요. '도망친 여자'에도 그 서사가 있긴 합니다만, 거의 그림자들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은 더 이상 뻔뻔한 자기 모에화나 합리화가 아닌, 풍자 내지는 인생에서 잘못했던 부분들을 반추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상당히 놀랐어요.

2. 감희의 비밀은 무엇일까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 중 하나는 영화가 일상의 느린 템포에 맞춰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인의 생활은 '빨리 빨리'에 맞춰져 있긴 하지요. 하지만 그런 생활 중에서도 느리게 흘러가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 그런 부분들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숨통이 트입니다. 그래서 좋아요.

이런 영화에 배우 김민희의 연기는 딱 들어맞습니다. 꾸밈새와 역할에 따라 화려한 역할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홍감독의 영화에서는 수수하고 차분한, 약간 말투가 느리고 여유있는 젊은 여성으로 등장하지요. '도망친 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영화는 무척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거의 떨어지지 않다시피 하며 5년을 보낸 그녀는, 남편의 출장을 계기로 오랫만에 여성 지인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식사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말미로 갈수록, 자신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고 이야기하는 감희에게 비밀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영화의 초반부부터 영화를 같이 보는 이에게 '저렇게 남편 자랑을 굳이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는 오히려 행복하지 않은 경우일 수도 있는데.'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여성들이나 남성들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불안감이나 불만족을 그런 식으로 감추려는 성향이 그렇게 드러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남자의 경우는 거짓말이나 자기 세뇌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공공연히 표출하는 경향이 더 많은 것 같긴 합니다만... 거짓말 자랑도 좋은 건 아니지만, 가족에 대한 뒷담화는 자기 이마에 침뱉기가 되버리니 그 모양새가 상당히 나쁘죠.

아무튼 그래서 '혹시 5년 동안 서로 좋아서 붙어 지낸 게 아니라, 남편의 집착에 사로잡혀 지낸 건 아닐까?', '아니면 반대로 자신이 남편에게 집착하다가 남편이 떠난 게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의 후반부에 도달해 과거 감희의 애인을 뺏아간 친구, 그리고 지금은 그 친구와 결혼해 살고 있는 감희의 전 애인 정선생이 등장하면서 감희의 속내가 조금은 더 분명해집니다.

정선생은 정말 그 나이 또래 교수 타입의 남자들의 전형을 있는 그대로 복제해 놓은 듯한 캐릭터였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평판과 업적에 대한 자랑 외에는 별 신경 쓰는 것이 없는, 아니, 꽤 하찮게 보는 중년의 남자. 과거의 사랑도, 우정도 이미 다 희미해져 기억도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그리움도 미안함도 없는 무감각한 남자. 사랑의 감정은 지워졌을지라도, 여전히 과거의 생생한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젊은 감희와 대조되어서 더욱 그런 성향이 두드러져 보이더라구요. 

감희와 정선생이 만나는 씬에서 두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이 '아, 그래서 그런 거고, 이래서 이런 거다.' 라는 속시원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고, 나쁘게 말하면 관객을 답답하게 하는 엔딩이죠.

어쩌면 좋은 결말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선택을 못하다가 그냥 항상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관객에게 선택권을 주고 싶어서일 수도 있구요.

3. 도망친 여자 결말 해석

아무튼 분명한 엔딩을 원하던 분들, 감희의 남편이 영화 후반부에 나타나 정체(?)를 밝히기를 바랬던 분들은 실망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막바지에 감희의 남편이 나왔으면 했는데, 감희의 전 남친과의 어색한 조우만 잠깐 나온 채 영화가 끝나버려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생각해 본 '도망친 여자' 결말 해석을 써보고자 합니다. 물론 개인적인 해석이니, 가타부타 따지기보다는 저렇게 생각한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감희가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거듭 하는 이야기는,


- 남편과 자신은 결혼하고 나서 서로 떨어져본 적이 없으며, 그건 남편이 원해서이고

- 이번에 이렇게 장거리의 외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출장을 갔기 때문


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영화를 찬찬히 보다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자랑하는 식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배우자 자랑을 지나치게 하는 경우는 그게 자기 세뇌인 경우도 있던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은 이야기라도 그냥 "우리는 어차피 집에 있는 거 좋아해서 항상 붙어있는 편이야." 라고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걸, "우리는~ 떨어져 본 적이~ 없어~" 라고 하는 느낌? ^^;;   

그래서 감희가 사실은 행복하지 않으며, 남편이 출장이 아니라 새로운 여자에게 가버린 것은 아닐까, 그것을 감희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라는 의심도 어느정도 하게 되더라구요.

이런 의심은 감희가 정선생이라는 연상의 전 남자친구를 만날 때 좀 더 확신으로 바뀌게 되는데요.

예술영화, 아트무비를 틀어주는 극장이 한두군데가 아닐텐데 굳이 정선생이 지하에서 북콘서트를 여는 곳에 영화를 보러 갔다는 것... 뭐 그것까지도 그렇다 칠 수 있는데, 정선생을 만났을 때 감희의 태도를 보면 이미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굉장히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보입니다. 

반면 정선생은 감희가 전 여친이 아니라 마치 오래 전에 잠시 가르쳤던 학생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미 오래 전의 연애 감정은 추호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너무나 편하게, 어쩌면 예의 없다 싶을 정도로 감희를 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태도가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예의없다 싶을 정도라는 이야기는 전후사정이 어찌되었건 여자친구의 친구와 사겨서 결혼까지 했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말입니다. 

모르죠. 어쩌면 정선생은 감희와 연인사이였을 때조차 감희를 그저 자신의 삶에 편리함을 더해 줄 아내 후보자들 중 하나로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감희는 '작가'인 정선생에게 동경과 사랑을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일방적인 감정이었다는... 그런 관계였을 수도 있겠어요.


정선생의 아내이자 감희의 오래 전 절친 이야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 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감희와 절친간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두 사람의 관계도 참 별나고, 과거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상상하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여백이 있으니 그렇게 되는 것이겠지만요.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는 이렇게 보통 사람의 생활이 느껴지는 영화도 참 좋아요. 나이가 들수록 이런 영화가 좋고, 다큐가 더 좋습니다. 픽션이나 환상은 어디까지나 픽션, 환상으로 끝난다는 걸 살면서 더욱 많이 느끼게 되서 그런가봐요. 그러면서 평범한 생활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면이 있더라구요.

물론 그 평범해 보이는 인생들 속에도 오만가지 희노애락과 사연이 담겨 있지요. 감희와 절친간에 있었던 '배신'처럼 말입니다. 감희와 남편간의 진정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덧 1. 마지막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을 하나 덧붙이자면, 감희와 첫번째로 만난 지인이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습니다. 둘이서 "그 남자 벌 좀 받아야 되는데..." 이러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거든요. ㅎㅎ

덧 2. 길냥이들 돌보시는 분들께 발암 요소가 될 수도 있는 등장인물이 잠깐 나옵니다. 크레딧에 '고양이 남자'라고 나와요. 길냥이들에게 사료를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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