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주연 영화 여교사 결말 해석 엔딩 후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20190218

게다가 김하늘이 보여준 캐릭터도 평소와 달랐다. 오랫동안 보여줬던 단아하지만 답답하고 한계 속에서 안전하게 머무르는 느낌에서 탈피했다고 본다. 하긴 언제 한국 영화계가 여배우들에게 프레임을 벗어날 기회를 충분히 줬나?
이 영화의 결말에서 주인공은 확 방향을 꺾어 돌진하는 느낌인데 막상 엔딩은 애매하다. 과연 샌드위치 먹방 씬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결말 내용이 포함된 스포일러 리뷰입니다. 영화 감상 전이라면 주의 요망.
■ 결말 해석
결말부에서 효주(김하늘)은 결국 금수저 혜영(유인영)에게 굴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혜영의 집에서 거의 도우미 겸 말동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도 이미 분노했지만 유인영이 "언니도 당연히 나처럼 생각하고 그런 거지?" 식으로 생각없이 툭 던진 말에 효주의 멘탈은 나가고 만다.
효주의 복수는 무척 잔인했는데 당시 현장에는 목격자가 없었다. 결국 자기도 이용당한 주제에 효주를 농락했던 남고생 재하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상황이다.
다음날 효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교무실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학교 밖에는 경찰차가 오는데 두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1. 하고 싶은 복수를 했으므로 내가 경찰에 끌려가도 상관없다. 샌드위치도 더 맛있네.
2. 이제 나를 농락한 다른 한 놈이 끌려가는 걸 밥먹으며 여유롭게 관전하겠다.
관객은 본인이 원하는대로 생각하면 될테지만 왜 하필 샌드위치였을까?
혜영과 재하가 그녀를 한낱 스낵꺼리로 취급했지만, 통쾌하게 상황을 반전시켜 그들을 일회용 장난감으로 만든 그녀의 입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효주 입장의 굿 엔딩을 전제해야 하니 그 후 재하가 살인 용의자로 끌려가고, 효주가 재하와 혜영의 관계를 증언하는 식의 이후 이야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여성이 주체가 되는 영화
우리나라에서 '여교사'처럼 여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는 평가가 무척 박한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미디어는 남자의 입장만 이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사회 자체가 여성의 입장에 대해 무관심하며 침묵하라고 강요해 왔기에 무슨 매체로 뭔 한마디를 하더라도 x같은 반응만 돌아온다.이럴 때 여성 관객들이 '여교사'같은 영화들에 호응을 해주지 않는다면, 여전히 이런 수작들은 남성 관객들의 빨대만큼 좁은 시선 속에, 리뷰에서 '노처녀 히스테리로 시작된 실패작' 정도로밖에 부당하게 취급당할 수밖에 없고,
영화에서 여배우들은 남주의 성공을 장식해 주기 위한 예쁜 악세사리 역할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여성들도 계속 그런 미디어의 악영향을 받고 말이다.
이 영화에는 한국 남자 관객이 남자로서 불편하게 느낄 부분이 많다. 근데 그걸 알아야 한다. 여성 관객들은 그보다 훨씬 불쾌한 장면들을 '여교사'의 레벨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보아왔다는 사실 말이다.
효주를 '사회가 이래야 저래야 한다고 규정한' 여자나 교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 본인이 편하다면 남자로 - 생각하고 본다면 이 영화에 공감하고 감탄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척 아쉽다.
앞으로도 이렇게 여성의 현실과 분노를 세련된 그릇에 담아낸 작품을 많이 보고 싶다. 초반에 손해와 부당한 비평을 받더라도 변화는 계속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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